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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징후들:고요한 변화 그러나 모든 변화들이 앞의 사례들처럼 뚜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즉 만남을 통해 생겨난 모든 변화들이 갑작스러운 전복이나 새로운 발견, 방향의 전환, 변모의 양상들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변화들은 프랑수와 줄리앙이 "고요한 변화"라는 불렀던 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방식으로 생겨난다. 또한 계속해서 밑으로 숨는 속성으로 인해, 적어도 초기에는 종종 그 변화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정말 갑작스럽게, 자기가 걸어온 길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카뮈의 『이방인』은 나를 단번에 변화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나는 이전의 생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 그 책의 독서가 내 고요한 변화의 과정에 있어.. 2022. 8. 20.
만남의 징후들:엘뤼아르와 피카소, 지고의 우정 피카소는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완성한 예술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규범을 벗어난 작품들을 남겼던 이 창조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할 때 잘 파악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형체를 자신의 창작으로 구체화시켰다. 어쩌면 그 힘은 다른 사람 덕분에 얻게 된 힘 일지도 모른다. 사실 피카소가 시인 엘뤼아르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과 같은 위상의 화가로 남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그의 삶과 작품 세계도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피카소와 엘뤼아르 사이에 피어났던 이 '지고의 우정'에 관해 알게 된다면 -특히 엘뤼아르의 역할에 집중해서- 우정으로 이어진 만남 역시, 사랑으로 이어진 만남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의 또 다른 차원을 열어서 보여주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피.. 2022. 8. 19.
만남의 징후들:타인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줄 때 타자성의 경험은 이르게, 혹은 뒤늦게 어떤 결과들을 만들어내며 끝난다. 타자성의 경험을 통해 나는 당신의 관점을 알게 되고, 당신과의 접촉 덕분에 변화한다. 나는 당신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길로 들어섰고 내 습관들 몇 개를 고쳤으며, 내 의견들 중 일부를 수정했다. 이 만남 덕분에 내 취향 역시 진화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나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변화한 것이다. 더 나은 쪽으로 변화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당신을 만났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내 존재의 조각배를 다른 곳으로 끌게 되었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여배우 마리아 카자레스를 만난 뒤 두 사람이 12년간 교류하며 쏟았던 열정이 얼마나 자신을 변화시켰.. 2022. 8. 18.
만남의 징후들:내 삶이 아닌 다른 삶들 누구나 한 번쯤 어떤 예술 작품이나 그림 한 점, 소설 한 편, 영화 한 편과의 접촉을 통해, 내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최근에 이렇게 내 중심이 다른 곳으로 쏠리는 것 같은 경험을 한 것은 바로 엠마뉘엘 카레르의 소설 『왕국』의 독서를 통해서였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무신론자로 지냈던 작중 회자가 어떻게 몇 년간의 신앙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또 이렇게 신의 '왕국',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수의 '왕국'을 한동안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신앙은 처음에 돌연 생겨났던 것처럼 돌연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 방대하고 매혹적인 책에 푹 빠져들어서 그리스도의 삶에 대한 공부도 했고, 내가 겪었던 신비로운 경험에 대한 개인적인 숙고의 시간도 가졌다. 작..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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