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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징후들:타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by 딘성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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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만남은 종종 하나의 계획이 탄생했던 순간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이 경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세계 그 자체보다는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이 만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러므로 만남이 일어났다는 징조 중 하나는 우리 내면에서 어떤 것을 계획할 때 느껴지는 흥분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장 그 계획에 착수하고 싶다는 욕망, 놓여있는 것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욕망, 우리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어떤 위대한 것들을 함께 이뤄낼 거라는 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타인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날개가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들을 합쳐서 하나의 존재를 함께 창조할 수 있고, 이것은 두 재능을 합친 것보다 더 크고 우세한 힘을 발휘한다. 즉 '1+1=3'이라는 새로운 등식이 증명되는 것이다. 이 등식은 비록 논리적으로 입증될 수는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새로운 등식을 자각하고 느낄 수도 있다. 즉 만남은 하나의 욕망을 만들어내고 더 커다란 가능성의 영역을 일구어낸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만남 속으로 과감하게 몸을 던져야 한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행동을 취한다'라는 말은 '무엇인가에 몸을 맡긴다'라는 의미이다." 즉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할 수 있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이 계획에 도전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사회적인 운동과 투쟁에 참여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 아이를 갖고 싶다. 서로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계획이나 하나의 동기 속으로 진입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만남 자체는 단지 시동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당신을 만났다는 것의 확실한 증거는 우리가 함께 몸을 던졌다는 점이다. 키스 리처즈 (영국의 기수이자 작곡가로서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 스톤즈'의 창립 멤버이다. -역주)는 자서전 『인생』에서 믹 재거(영국의 가수이자 배우로서 '롤링 스톤즈'의 리더이자 보컬이다. -역주)와의 첫 만남을 환상했다. 그 만남은 1960년, 런던 변두리에 있는 다트포드역 승강장 위에서 이루어졌다. 열일곱 살이었던 키스 리처즈는 자기 앞에 있는 그 청년의 얼굴을 금방 알아보았다. "나는 한 손에 척 베리의 음반들을 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초등학교 시절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남자애가 내게 다가왔다. 그 친구는 첫 베리가 만들었던 모든 음반들뿐 아니라 지미 리드, 머디 워터스, 하울링 울프, 존 리 후커의 음반들까지 갖고 있었다. 바로 그가 믹 재거였다."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버디 홀리와 에디 코크런, 척 베리 등이 주도하고 있는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의 연주 방식을 새로이 모색할 목적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나중에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두 사람의 연주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고, 이 경험은 그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 걸음 더 도약해서 함께 그룹을 결성해야 할 것만 같았다. 사실 이 두 사람은 그 당시에 이미 음악을 제법 많이 연주했던 뮤지션이었기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날 두 사람이 함께 연주를 하며 느꼈던 벅찬 감정은 그전에 느꼈던 감정과 완전히 달랐다. 그것은 어떤 전대미문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의 문을 연 느낌이었고, 한 사람의 힘이 다른 사람의 힘을 돋아 주는 느낌이었다. 능력이 있다는 말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것을 쟁취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것을 나누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역사에 남은, 직업적이고 전문가적인 모든 만남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즉 좋은 협력이 이루어지면 각자가 지닌 능력은 원천적인 계산법이 아닌 새로운 법칙에 따라 더욱 커질 수 있다. '1+1=3'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존스와 만나서 밴드 '롤링 스톤즈'를 결성하게 된다. 그러나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의 관계가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키스 리처즈는 자서전에서 믹 재거가 지녔던 자아도취적인 성향을 비난했다. 그가 롤링 스톤즈의 주도권을 낚아채서 모든 것을 자기가 통솔하기를 원했고, 록 음악의 정신을 위반하는 제트족(1950년대 말 제트 비행기가 출현했을 때 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 여행을 다니던 부유층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역주)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리처즈와 정반대의 인물이었던 사교계의 인사 믹 재거는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사실 그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경쟁심이 함께 존재했다. 그들 각자가 독립적으로 음악을 작곡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도 그만큼 많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놀라움과 황홀한 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공고해졌다. 그들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앨범을 냈고 대규모의 콘서트들을 계속 이어왔으며, 수없이 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그룹들 중 한 팀으로 자리 잡는다. 두 사람이 가진 빛나는 재능이 결합하자 더 눈부신 결과물이 광채를 내며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공동으로 소유하게 된 무엇인가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만남'이다. 결국 우리는 믹 재거가 키스 리처즈의 개인적인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롤링 스톤즈의 노래를 듣는 것이다. 그것은 폴 매카트니의 노래나 존 레논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롤링 스톤즈의 음악은 '함께 연주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감각적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키스와 믹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느끼는 그 흥분의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우리 내면의 작은 자아와 우리의 유일한 능력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우리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집단적인 모험을 항상 갈망하고 있다. 고상한 의미에서 볼 때, 그런 모험들 덕분에 우리는 현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현재의 우리보다 더 위대한 무엇인가를 창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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